생명, 시간과 능력

北京壹美術館 館長 량커강(梁克剛) 


鄭鉉을 알게 된 것은 금년 2월 초, 베이징 진르 미술관(今日美術館)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에 참관했을 때였고, 이 때 나의 知友이자 한국의 전시회에 참가했던 궈옌(郭燕) 씨로부터 소개 받았다. 정 선생에게서 마치 고대 문인 高士와 같은 유학자적인 풍취를 느낄 정도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매우 겸허하고 무난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가 명문 미술대학교 교수 출신에 일찍이 수년간 프랑스를 유학한 한국 최고의 예술가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서로 알게 되면서 그가 예술에 대해 자신의 독특한 판단과 깊이 있는 사고를 지니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진르 미술관에서 그다지 크지 않은 개인전을 열었지만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뛰어났고, 전시 기간이 매우 짧아 많은 관객들이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베이징 화단에 매우 점층적인 자극을 주어 많은 반향을 만들어 내었다. 작품의 표현에서 보면, 대체로 전통에 대한 풍자 내지 현실의 조롱, 혹은 복잡한 문화적 기호를 과장하여 중국 컨템포라리 아트와 매우 비교될 정도로 눈을 빼앗기게 된다. 정 선생의 작품은 겉으로는 호방한 기운과 간략함, 소박한 내재성도 지니고 있지만, 오래 시간 두텁게 쌓인 내적 힘과 그 능력의 크기까지 내포하고 있다.   
   수년간 유럽을 경험했던 정현은 서구 유럽 조각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 로마의 뛰어난 전통을 수용하면서, 그러한 고도의 정신과 개념화한 청동 및 석고(Plaster), 마닐라 헴프(Manila Hemp) 등을 결합한 조각 작품을 창작하여 상당히 다른 조형 세계를 개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린 흔적은 조금도 인위적이지 않은 채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는 아마도 그가 짊어진 운명에 따라 “無題”라는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데, 즉 고대 로마의 통솔자, 고뇌에 찬 그리스 철학자, 두려움 없는 戰士, 그리고 숙명에 저항하는 노예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위용과 엄숙함을 준다. 이는 마치 긴 하나의 歷史時 중의 단편과도 같아, 어떤 두려운 인간의 혼백과도 같은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계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기법에서 동아시아 전통문화의 토양에서 뿌리 깊게 자란 독특한 예술 관념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 때 세련된 간략함은 금과 같이 아껴 쓴 刀法의 경지에 이르고 있고, 또 동아시아 전통인 水墨寫意畵와 같은 “내는 소리는 크나 들리는 소리는 작고, 큰 형상을 이루나 형태는 없다 ”는 意境의 세계와도 통하는 경지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늘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폐기를 재료로 사용하는데, 즉 오래 전에 폐기된 철재, 철도침목, 석탄, 콜타르(Coal Tar) 등과 같은 재료를 마치 간단히 두드려 조합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재료는 생명을 부여받아 뛰어난 작품으로 창조되었다. 이는 결국 경시되고 무시된 폐물, 폐기 재료가 정현의 손에서 예술생명으로 살아나 세상에 알려지게 되니, 마치 “작은 돌조각이 금이 되는”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정현에게 있어서 최근 2년간의 창작 이념은 매우 크게 진척되어 넓혀졌는데, 대자연과 시간이 마치  “하나로 계획한(同謀)”듯 한 창작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이렇게 붓으로 칠해봤자 소용없는 철판의 표면 위를 刻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긁고 간 흔적의 철판을 다시 밖에 두고 바람과 비를 맞혀가며 자연히 부식시킨다. 이와 같이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 부식의 흔적을 작품의 生長 역정 속에 기록하고 있다. 이는 마치 종결지을 수 없는 생명을 열어 놓은 것 같고, 대자연과 시간의 계획된 조합 아래 소리 없이 동아시아의 독특한 “天人合一”의 정신적 세계를 전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과 같다.
   나는 한국의 어떤 아트페어에 참가하게 되어 몇 달 전 서울에서 다시 정현 선생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되었고, 이 때 정 선생은 뜨겁게 나를 맞아 주었다. 이런 기회에 우리 일행은 처음으로 가장 훌륭한 한국의 미술, 디자인, 미식과 같은 여행을 진지하고 알차게 경험했는데, 정 선생의 세심한 배려로 미술관을 참관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아한 음악까지 제공받게 되자, 새삼 정 선생이 수준 높은 문화 소양을 지닌 우수한 예술가임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의 기질 역시 그의 작품에 반영되는데, 비록 소박한 재료를 사용한 그의 작품은 세련된 기법과 형식의 균형감으로 인간의 세밀한 감정을 움직이는 능력을 깊이 감추고 있는 셈이다. 나는 오늘날 아시아 지역에서 이러한 예술가가 존재한다는 것에 마음속으로부터 성심껏 기쁘게 위로받고 있다.

 

2009. 4. 30

정현 선생의 창작세계

 

尹吉南(北京 中央美術學院 人文學院 院長) 

인지난


정현 선생은 한국의 컨템포라리 예술계에서 매우 중요한 미술가 중의 한사람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개최하는 그의 개인전에서 선보일 대표작들은(거대한 무게의 작품들을 포함하여) 중국 관람객들에게 정현의 사유세계를 한번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현 선생은 대다수 한국미술가와 같이 다문화적인 교육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데, 즉 서양 현대문화를 흡수한 동시에 한국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로 다른 이 두 세계의 충돌 과정 속에서 정신적인 사유와 창작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의 정신적인 사상의 자원은 넓힐 수 있는 한 더욱 오래된 고대에까지 연결되어있다.
   그가 산업과 자연에서 나온 폐기물을 이용하여 창작을 해온 것은 이미 서구에서 존재한 '기성품(레디 메이드)'의 개념이기도 하며, 또 동양의 '物極必反(최고조에 이르면 그 반대로 전환하는 이치)' 사상이기도 하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이러한 재료는 언어적인 실험 혹은 일반적인 '환경보호'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이들의 유효한 지역을 두 세계로 이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즉 실리적인 목적으로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 내고 또 이러한 '완전한 세계'로 인해 남겨진 '미흡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 '미흡한 세계'를 통해 전달된 새로운 의의는 일종의 '특별한 방법(돌파구)'로 드러나게 된다.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에서 말하면, 그의 최근 작품들은 고도의 정신세계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관심이 간다. 작품에서 인공적인 재료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구상된 것으로 최후의 자연의 힘을 빌려와 완성하고 있다. 이는 마치 철판 위에 아름다운 녹슨 흔적을 수놓고 있는 것과도 같다. 여기서 하나의 흥미로운 '天人관계'가 표출되고 있고, 이는 대자연과 인간이 공동으로 합작한 '미흡한 세계'로서, 방법론으로는 마치 고대의 儒家 사상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 반면에 그 뼈대를 이루는 정신은 바로 오늘날의 禪宗의 세계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1월 9일 북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