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 전은 해마다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작가를 선정해 열어 온 전시다. 올해는 조각가 정현이 선정되었다. 새로운 장르와 매체가 끊임없이 유행하는 현대미술의 세계에서, 정현은 인체라는 전통적 주제를 통해 작품의 의미와 미감을 탐구한다.
거칠고 투박해 미완성처럼 보이지만, 그의 작품에는 삶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작가가 해석하는 조각은 '힘'과 '에너지'다. 다시 말해 그것은 개별적 존재로서, 곧 자기 본질을 자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상을 품고 있다. 인체를 통해 힘을 표현하는 한편, 작가는 하찮은 것에서 감지되는 신선함, 날것의 생동감,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 돌발성과 원초적 폭력성 등의 힘을 발견한다.
그 힘은 파편이라는 재료의 물성과 창작 과정의 우연성에서 길어 올린 것이다. 그는 철도용 침목, 아스팔트 콘크리트, 막돌, 석탄처럼 문명의 잔해라 할 만한, 전통적 조각 재료와는 거리가 먼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번 전시는 정현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작품 세계를 일별하게 한다. 다섯 시기에 걸친 조각 60점과 드로잉 60점을 통해 형태와 재료의 변화를 보여 준다.
끊임없이 작품으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 온 이 진실한 조각가의 내면세계를,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경험하게 해 주리라 믿는다. 전시를 위해 아낌없이 노고를 기울인 작가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귀한 작품을 내어 주신 소장가들과 애써 준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